20. 지오다노 브루노(1548-1600)

이 사상가는 코페르니쿠스의 폐쇄적 세계상과 결별하고 무한한 우주에 대한 사유를 수행한다. 나폴리의 놀리에서 태어났고, 도미니크회 수도원에 들어갔으나 곧 다시 떠났다. 그는 교회의 학설들 중 어떤 부분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종교재판에서 이단판정을 받았다. 그는 간헐적인 방랑생활을 했으며, 프랑스, 영국, 독일의 여러 대학에서 잠깐씩 가르쳤다. 라틴어와 이탈리아어로 된 저작들을 출간했다. 베니스로 초청을 받아 갔을 때 재판에 회부되어 사형을 언도받고, 1600년에 로마의 캄포 데이 피오리 광장에서 공개적으로 화형을 당해 죽었다.

이미 어린 시절에 코페르니쿠스의 사상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이를 넘어서고자 했다. 그리하여 그는 우주는 한계가 없는 것이고, 이른바 항성들은 태양과 유사한 것이라는 확신에 도달했다. 무한정한 공간에는 우리 은하계와 비슷한 무수히 많은 부분체계들이 있을 것이었다. 또한 항성들도 운동하고 있으며,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전우주는 살아있고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우주 안에 신성이 실현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브루노는 이탈리아의 신플라톤주의의 학설을 따르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전우주는 신적이고 비밀에 싸여 있는 것이라 한다. 그는 자신의 철학적 이념을 시적 형식에 결부시켰다.

선하고 아름다운 것을 향한 인간의 열정적인 추구는 플라톤 철학의 참된 표현이라고 한다. 자연에 대한 점증하는 인식이 신에 대한 참된 인식으로 판명되는 것은 우주가 형이상학적 차원을 갖기 때문이다. 브루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합리적인 논변으로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 우리가 유한한 우주공간을 받아들인다면, 이 공간의 피안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물음이 항상 떠오르게 된다. 무는 공간을 한정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빈 공간의 외부에는 또다시 빈 공간이 있는 것으로 가정해야 한다. 이 공간은 틀림없이 무한한 것이지만 완전히 텅 빈 공간일 수는 없는데, 그것은 이 공간이 하늘의 별들을 그 속에 담을 능력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빈 공간이 별들로 채워져 있다고 하는 것은 실증적으로 주어진 현실이고, 따라서 신은 무한한 공간을 별들로 채워놓았음이 틀림없다. 우주 공간과 물질을 창조하고 그것들을 서로 결합하는 것은 신의 능력에 속한다. 신은 자신의 모든 가능성을 실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논변에서 우리는 니콜라우스 쿠자누스의 사상을 찾아볼 수 있다.

브루노는 우주의 무한성에 대한 두 번째 논변을 제시한다. 즉 우주 공간이 무한한 신성의 모사라면 그것은 틀림없이 무한정한 것일 게다. 그러므로 거대한 우주는 무한히 많은 우주들로 구성된 것임이 분명하다. 전체 자연은 신의 세계의 놀라운 모사물이며, 모든 영역에서 원형상과 일치한다. 그러나 우주의 훌륭함은 신의 무한함과 구별되는데, 신은 도처에서 즉 전체로서의 우주와 그 안의 모든 부분들에서 무한하기 때문이다.

우주는 다만 전체로서만 무한하며 자신의 부분들에 있어서는 무한하거나 무한정하지 않은 데 반해, 신은 전체로서도 자신의 모든 속성들과 활동들에 있어서도 무한하고 무한정하다. 형이상학적 무한성과 물리적 무한성의 이러한 구별은 후에 데카르트와 헤겔에 의해 계승된다. 브루노는 질료와 형상의 이분법적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세계상을 거부하는데, 그로서는 형상 없는 질료나 질료 없는 형상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supralunear한 영역과 sublunear한 영역으로 우주를 분리하는 것도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과 우주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원성은 극복되어야 하는데, 신은 세계의 밖에서가 아니라 우주 안에서, 여러 물질들 안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적 운동력은 전우주 안에서, 동시에 모든 사물과 물질과 천체 안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세계혼 혹은 "영혼의 영혼"으로서 신은 우주 안으로, 모든 천체 안으로, 지상의 물질들과 생물들 속으로 틈입한다. 물질과 우주적 세계들 속에서 신적인 힘의 통일성이 드러난다. 기하학에서는 점이 가장 작은 단위이며, 형이상학에서는 정신적 단자가 가장 작은 단위이다. 이렇게 가장 작은 단위와 힘들로 모든 물질과 생물이 구성되며, 그것들은 전우주에 영혼을 불어넣으며,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 모든 단자적 힘들은 우주의 통일을 형성하며, 이는 더 높은 질서를 위한 하나의 단위이다. 신 자신은 "단자들의 단자"이며, 신 안에서만 우주의 통일성이 주어진다.


무한한 것에 대한 인식에 이르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의 추론하는 이성을 저지하고 중단시켜야 한다. 물질에 대한 경험적 관찰만으로는 우주에 대한 어떤 인식도 얻을 수 없고, 순수 이성의 인식들 또한 이에 대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성은 전우주 안에서 내적인 힘을 통해 실현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주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여러 세계들을 가정하면서 브루노는 이 세계들이 서로 전혀 소통하거나 교류할 수 없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그는 또한 유럽 문화와 다른 낯선 문화가 교류를 함에 있어서 장점만을 보지는 않았다.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들과 아메리카인들을 노예로 부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화교류를 통해서 도덕적으로 악한 풍습들이 빠르게 확장되었다. 브루노는  자신의 사유개념을 통해 후세의 많은 철학자들을 고무시켰는데, 특히 능산적 자연에 대한 사유를 펼친 스피노자와 단자론을 생각해낸 라이프니츠를 들 수 있다. 유럽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브루노에게서 사상의 자유를 위해 싸운 용감한 투쟁가와 , 소크라테스와 알렉산드리아의 히파티아와 같은 철학의 순교자의 모습을 보았다. 근대 우주론도 이 위대한 사상가에게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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