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구상

번역의 문제, 무인칭의 번역자.

번역은 '합의'에 기반을 둔 '가능성'을 담지한 사태이며, 그 합의가 불완전한 고로 언제나 '불완전한' 사태이다.

번역-->언어-->개념-->은유-->교환-->교통-->합의-->도약-->계약-->화폐-->인칭-->게임-->가능성-->해석-->신비-->무한


'불완전한' 번역은 언제나 가능성인데, 이 가능성은 불가능성과 등을 맞대고 있으며, 이 양자는 함께 '침묵'을 지시한다. 이 침묵은 신의 순수언어이다. '근원적인 합의(일차적 합의, 남경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신비이다.(비트겐슈타인) 이 신비는 그러나 언제나 망각 속에 억압되어 있으며, 이 억압의 기제는 개념의 실체화, 문법의 환상이다. 은유의 생명력이 놀라우리만치 짧다는 것, 굳어진 비유나 확정(되었다고 믿어지는)된 개념이 손쉽게 통용된다는 것,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는 믿음,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믿음의 힘, 이러한 것들이 바로 그 신비를 은폐한다.

대학(원)에서의 원전강독: 번역불가능한 단어에 수없이 부딪히면서도 '대충 이해하고 합의해서' 넘어가는 사태.
--번역의 문제를 제기하는 사태.

"대충 그런 뜻", "그런 분위기"라는 말 따위로 '대충' 넘어가는 번역과 해석의 사태들.

말은 언제나 이미 합의되는 것이고, 불완전하게 합의되는 것이다. 이 합의는 무한히 재확인되고 갱신되지만, 그러나 역시 불완전한 상태로 그렇게 된다. 이 불완전함이 종식되는 사태는 '침묵'인데, 이 침묵은 개인의 경우에서는 '죽음'에 이르러서야 가능하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이 종식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완전해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트겐슈타인, 키에르케고르, 니체, 벤야민, 고진, 남경희, 지마, 바흐친, 사카이, 이연숙, 야콥슨, 벤베니스트, 그레마스, 소쉬르, 김태환, 데리다, 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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