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주의자 되기

원칙주의자가 되면 어떤 의미에서는 삶이 아주 편안한 옷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내 삶의 가장 강렬한 기억, 내 공상과 꿈과 그리고 시선마저도 모두 지배하고 있는 기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려면 원칙이 필요하다. 원칙에 근거해 내 기억의 사태들을 규정하고 나면, 그리하여 내 행위의 규준을 마련하고 나면,  그것의 끔찍하고도 달콤한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은 하나의 디레마인데, 그것은 원칙을 가지고 사태를 규정하는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기억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맞섬이 내게는 너무나 두려운 일인 것이다. 어떻게 이 얕고 끈덕진 늪을 걸어나갈 수 있을까.

깊지 않아서 온몸이 잠기지 않지만, 간혹 깊이 패인 바닥이 있어 거길 디뎠다가는 눈 앞이 캄캄해 지고, 팔다리를 허우적대고 있는 꼴이다. 게다가 이 놈의 늪은 어디가 끝인지 보이질 않는다.

늪을 빠져나가는 방법으로서의 공부를 시도해 볼 것. 마치 카프카에게서 그것이 정의로 나아가는 문이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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