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레비 벤 게르손(1288-1344)

이 철학자는 1288년에서 1344년까지 남프랑스에서 살았다. 라틴어권 작가들은 그를 레오 헤브라이우스라고 불렀다. 그는 수학자, 천문학자, 그리고 철학자가 되도록 교육받았다. 그를 의사라고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는 산술과 기하학에 대한 여러 권의 저작을 썼으며 유클리드의 책에 대한 주석을 히브리어로 썼다. 아베로에스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베로에스의 책에 대한 주석을 쓰기도 했다. 벤 게르손의 주저는 "신의 투쟁"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고, 참된 유태인의 신의 형상을 옹호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그는 세계가 영원한 것인지 혹은 창조된 것인지, 인간의 영혼은 불멸하는 것인지, 우리는 꿈에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지 등을 연구하고자 했다. 그는 우리 삶에서 신적인 지식과 신의 섭리에 대해, 천문학과 창조론에 대해 썼다.

오성의 도움을 받아 세계에 대한 더 나은 인식에 도달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임무이다. 근본적으로 모든 인간이 그럴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성서 속에 씌어진 신의 계시 뿐 아니라 우리 이성의 인식도 창조신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문과 종교 사이에는 어떤 모순도 존재하지 않는다. 두 개의 진리가 있을 수는 없으며, 따라서 성서는 학문적 인식과 모순되지 않는다.

신은 순수한 사유요, 우주의 정신적 형성원리이며, 세계의 질서법칙이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가르친 바와 같다. 세계 속의 수많은 목적들로부터 우리는 신의 최종적 목적인을 추론해낼 수 있다. 신은 하나이므로 그의 본질과 그의 사유 간에는 어떤 구별도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에 대해 일련의 긍정적인 특징과 속성들을 열거할 수 있다. 신의 지식과 인간의 지식은 본질적으로는 구별되지 않지만, 다만 그 강도에서는 구별된다.

신의 지식은 근원적이고 우리 인간의 지식은 그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신의 활동은 사유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그는 모든 형식의 원인이 된다. 모든 인간적인 특성들은 신의 특성에 의해 실현된다. 세계는 경이롭게 질서지워진 체계이며, 이 체계는 궁극적 목적을 향해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영원하지 않으며 시간 속에서 창조된 것이다. 우주의 모든 부분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만물이 신에 의해 창조된 것임에 틀림없다.

무한한 시간은 있을 수 없고, 시간이란 언제나 제한된 것이다. 세계가 영원히 존립하는 것이라면, 인간의 문화는 전혀 발전할 수 없을 것이고 학적 인식에서의 발전 역시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신은 시간 속에서 세계를 창조했지만,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질료의 형성으로서 이루어진 것이다. 학적인 인식을 통해서는 무로부터의 창조가 옹호될 수 없다. 세계 속에 무시간적 기체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논리를 통해 증명될 수 있다. 세계의 시초에 질료와 형식이 있었다. 자유로운 의지로 영원한 질료에 형식을 부여한 이는 창조신이다. 신의 법칙은 인류의 발전을 규정하지만, 개개의 인간은 무언가를 결정함에 있어서 자유롭다.

이성을 부여받았으므로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이다. 그렇지만 유적존재로서의 인류는 자연연관과 천체의 운행에 의해 규정된다. 천체는 지상의 질서와 특성들의 수령을 보증한다. 신의 세계계획이 자유를 보증했기에 개개의 인간은 자유롭게 결정을 할 수 있다. 점점 커가는 인식과 함께 인류는 우주 속에서 움직이는 활동적인 지성, 가장 높고 보편적인 정신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러므로 인류는 선한 것과 악한 것을 알고 있으며 이 둘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성적인 인식은 인류를 도덕적 완전성으로, 최고의 행복으로, 그리고 영혼의 불멸로 이끈다. 발전하는 인식을 통해 인류는 우주 속의 활동적 지성에 가까이 간다. 모든 인식의 진보는 지성적 노력과 고행을 전제한다. 이러한 노고에 대한 보상은 인간 지성의 개인적 불멸성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얻게되는 개념 전체는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한다.

육체와 영혼은 죽음에 이르지만, 한 인간의 개인적 지성은 보존된다. 이론적 통찰에 따라 더 강하거나 약한 지성적 불멸성이 있게 된다. 보편적 인식에 대한 모든 개인의 기여는 영원한 것이 되고, 이는 삶의 궁핍함에 대한 보상이다. 선지자는 진리를 인식함에 있어  철학자를 능가하며, 따라서 예언 또한 하나의 자연 현상이 된다.

자연 안에서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가능한데, 그것은 활동적 지성에 의해 야기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적은 달 궤도 아래에서만 일어나며, 천체의 세계에서 기적 따위는 없다. 유태 종교는 지식에 있어 우리 인간에게 가능한 최고의 상태에 도달했다. 우리의 지식이 진척될수록 우리의 삶은 자유로워진다.  신은 우리 손에 지식과 자유를 쥐어주었다. 인간의 존엄성은 그의 정신적 인격에서 나온다.

유감스럽게도 이  사상가의 저작들은 라틴어로 번역되지 않았고, 그래서 중세 시대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20세기에 이르러서야 이 철학자는 고유한 가치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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