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버틀란드 러셀(1872-1970)

버틀란드 러셀 경은 사회의 근본가치가 문제될 경우 책상을 박차고 나가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정치적으로 참여했던 사상가였다. 유럽의 핵무장을 억제하고 세계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전쟁범죄를 폭로하고 범죄자들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그는 온 열정을 쏟으며 분투했다. 그에게는 모든 인간의 기본권을 옹호하는 저항적 휴머니즘이 중요했다.

그는 수학과 철학 교육을 받았고, 실증주의적이고 실재론적인 인식론에 경도되었다. 그는 현대논리학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 그는 논리학 안에서 보편 수학의 가능성을 보았다.(<<수학의 원리>>, 화이트헤드와 공저) 철학은 자신들이 선구적 개척자로 기능해야 할 자연과학으로부터 문제와 과제를 얻어낸다. 철학은 개별학문의 원리와 개념들을 분석하고 명증하게 밝혀준다.

사물들 간의 관계는 그 사물들의 본질에 속하며, 우리는 인식과정 가운데 주체와 객체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세계는 감각자료들로 구성되며, 우리는 이 자료들을 논리적으로 결합시킨다. 다양한 대상의 감각자료들이 관찰자의 "정신"을 형성한다. 하나의 대상에 대한 감각자료들이 여러 사람에 의해 관찰되면 우리는 그 대상에 실재성을 부여한다. 우리는 그것을 엄밀히 증명할 수는 없다고 해도 물질적 대상들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러셀은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의 전통에 서 있다. 보편적 인본적 문명화를 위한 투쟁이 그의 삶의 목표였다. 우리의 도덕적 태도는 한편으로는 사랑이라느 근본감정에, 다른 한편으로는 이성의 힘에 대한 신뢰에 따라 정해진다. 어떤 형태의 맹목적 교리신앙이나 권위주의적 태도든 인류의 공생을 방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종교적 광신주의는 부끄러움 없는 잔혹한 태도를 낳는다. 철학의 정직한 비판은 그것이 정치적으로 추동되었든 종교적으로 그리 되었든 모든 폐쇄적 신앙체계에 두루 타당하다.

무신론적 사상가인 러셀은 종교적인 언명을 무의미한 것으로 여겼다. 그것은 어떤 논리적인 혹은 경험적인 내용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언어는 인간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신자들로 하여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그는 기독교를 떠났고, 영국의 자유주의 사상가의 전통 속에서 살아갔다. 그는 인간의 실존적 불안 속에 모든 종교의 토대가 있다고 보았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면 종교는 항상 양가적인 것으로 드러난다. 한편으로 그것은 불안으로 환원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을 배가시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이웃사랑이라는 인간적 가치를 전승하기도 하지만, 폭력적인 불관용을 요구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합리적 비판은 종교에 대해서뿐 아니라 소박한 진보적 낙관주의, 정신분석학의 근본가정들, 정치적 교조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해서도 적중하는 것이다. 철학은 부분적으로나마 우리가 폐쇄적 정치 체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예수는 부처나, 노자, 그리고 공자처럼 위대한 성인이다. 그는 이웃사랑과 사회정의라는 가치를 위해 싸웠다. 그러나 종교는 그의 의도를 너무 멀리 벗어나, 아예 그것을 배반해 버렸다. 그래서 교회가 우리 문화의 인간화에 기여한 바는 아주 적을 따름이다. 사회의 도덕적 진보는 자유롭고 정직한 사상가들에 의해 진척되어 왔다. 교회는 노예제와 종교재판의 폐지에 강하게 반발했으며, 여성 해방과 자연과학의 발전에 심각한 방해가 되었다.

인간적인 도덕은 건전한 상식에 기초해 있으며, 개인의 행복에 최고의 규범이 있다고 본다. 기독교적 가치들 가운데 어떤 것들, 예컨대 경외와 순종, 그리고 이웃사랑과 같은 것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모든 권위주의적 광신적 종교는 극복되어야 한다. 비판적 이성과 자유로운 사유에 대한 지지만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진척시켜 간다.

경외는 종교에서 신적 존재를 향한 것이고, 순종은 피할 수 없는 것과 관계된다. 사랑에의 요구는 모든 인간에게, 원수에게까지도 적용되는 것이다. 순종과 사랑은 최고의 선에 대한 믿음을 통해 강화된다. 이러한 믿음 없이 사회적 도덕은 거의 살아있지 못한다. 기독교는 감각적 쾌락을 경시했으며 삶의 기쁨을 단순화했다. 그러나 비판적 이성은 우리가 감각적 쾌락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것은 우리의 행복의 토대이다.

자유사상가로서 러셀은 미래에는 모든 종교가 사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종교는 인간 이성의 유아기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는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이성적 교육을 시키는 것과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 그리고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얻는 것을 방해해왔다. 이에 반해 무신론적 휴머니즘은 비판적 이성의 통찰들과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와 의무라는 토대 위에 세워진다.

러셀은 사회를 권위주의적 태도와 침략 및 파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유만으로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종교에 있는 몇몇 인간적 근본가치들은 종교적 믿음 없이도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철학은 불의와 억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정치적인 참여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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