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

이 "실험철학자"의 다채로운 저작들은 그가 1881년부터 1888년까지 검소한 여름휴가를 보내던 실스-마리아의 거대한 산들의 풍경을 닮아 있다. 갈라진 산맥들 속에서 길을 잃게 하는 것은 갑작스런 한파로 충분하지만, 선명한 눈에는 그것이 정신적 고양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우리가 니체의 사유를 도달했던 모든 지위를 뒤로 한채 끊임없이 불확실한 미지를 향해 몸을 던지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그의 사유의 변화를 적절히 그려낸 것이라 하겠다. 니체의 자취를 따라 걷는 것은 한가한 산책에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위험천만한 미노타우루스를 알기 위해 미로를 탐험하는 모험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니체 이전에도 이후에도 니체만큼 정신의 섬광에 잠언의 불꽃을 피워낼 수 있었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활자화된 그의 사상은 그것의 발생과정의 실험적 유동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나의 사상을 철학적 사유의 건축물로 완성짓는 것은 니체가 보기에 일에 있어서 "성실성의 결여"를 의미했다. 모든 체계란 그것의 고유한 원천이 되는 관점을 얼어붙게 만들고, 그 이념들에서 생동성을 박탈하며, 이로써 하나의 굳은 화석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통일성을 향한 욕구는 세계의 불안정성과 변화무쌍함을 부인한다. 고유한 전체적 고찰의 지적 빈곤화에 대해 니체는 가능한 관점들의 다수성을 대비시킨다. 그래서 그의 저작들의 광맥 속에서는 거의 모든 종류의 금속이 다 발견되는 것이다. 니체의 직관을 추후에라도 하나의 모순없는 체계로 만들어내려는 시도와 마찬가지로 그의 정체성을 철학자, 예술가, 심리학자, 문화비판가, 혹은 문헌학자에서 찾아내려는 시도 역시 무망하다. 니체는 끊임없이 가면을 바꿔쓰고 관점을 이동시킴으로써 그의 해석자들에 한발 앞서 나갔다. 훈련된 문헌학자였던 니체는 전적으로 "언어의 금속세공업기술 및 숙련"의 의미에서, 즉 "간계를 가지고서 문을 연 채 부드러운 손과 눈으로 천천히 깊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읽어내는 독자들이 자신의 사유와 함께 하고 그것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랐다.

니체의 관점주의는 인식론적으로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그는 참된 인식을 획득할 가능성을 의문에 부쳤다. 이러한 회의주의는 그의 초기 언어비판을 관통한다. 모든 말은 하나의 이미지이며, 사태의 존재와 보증된 결합이 없는 은유이다. 그것은 다만 사물에 대한 주관의 반응을 표현할 뿐이다. 사회적 소통 속에서 은유는 다른 것을 지배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한다. 따라서 진리를 말한다는 것은 지배적인 언어의 사회적 규칙에 따라 거짓말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진리는 사람들이 그것이 무엇인지를 망각한 환상이다." 인식이 본질적으로 가상이라면, 이제 인식능력은 다른 목적에 봉사한다. 즉 "사물을 정복하는 것." 바로 이러한 점유의 과정이 해석의 방식 속에서 성취된다. 우리에게 세계는 다만 다양하게 해석가능하고 정당한 것으로 추동되고 고안된 것으로서만 접근가능한 것이다. 세계는 "세계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는 본질적으로 관계-세계이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더라도 다양한 얼굴을 가진 것이다." 이러한 해석의 넓은 틀에서 보면 파악가능한 "본래적" 실재란 전혀 구성될 수 없다. 니체는 관점주의의 필연성을 모든 삶의 근본조건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통찰은 인식의 층위에서 아주 풍요로워질 수 있다. "관점주의적 시각, 관점주의적 '인식'만이 있을 뿐이다. 사태에 대한 더욱 큰 충동을 언어로 가져오려 할수록, 더 많은 눈으로 더 다양한 눈으로 이러한 사태를 통찰하려 할수록 사태에 대한 우리의 개념, 우리의 '객관성'은 완전해진다."

낭만주의의 신화에 대한 의존을 극복함으로써 니체의 고유한 사유 도정은 자유로운 정신의 형상 속에서 철학적 형태를 취하는 급진적 계몽주의의 표지를 얻게 된다. 전통의 사슬을 점점 끊어내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이 사유의 본질적 특징이다. "최초의 그리고 궁극적인 사물"을 밝혀내고 이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형태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학문과 이에 결부된 역사화 속에서 중요한 도구를 찾아낸다. 자유로운 정신은 "다시금 가까운 사물의 이웃이 되어야 하며, 진정 유일하게 존재하는 세계, 생성 속의 힘의 흐름에 대해 삶에 적대적인 탈가치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발전을 방해하는 이상적 구성물이나 절대적 가치를 세우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너무나 오랫동안 사람들은 보편타당한 진리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리고 너무나 오랫동안 그들은 내세의 구원의 약속으로 인해 이 세계에서의 행복을 찾지 못했다. 이에 반해 니체는 즐거운 학문의 단편 347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규정의 욕망과 힘, 의지의 자유를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확실성을 향한 믿음과 소망에 결별을 고한다. 그는 가벼운 밧줄과 가능성에서도 지탱할 수 있으며 심연에서조차 춤추는 데 능숙하다. 그러한 영혼이 최상의 자유로운 정신일 것이다." "시도하면서 살아가고", 자신의 삶 자체에서 옹호불가능한 고유한 길을 찾아나서려는 실험을 감행케 하는 것은 자유로운 정신에 대한 위험한 특권화이다. "묶여 있는 정신"이 도달할 수 없는 것이 자유로운 정신에게는 보존되어 있다. 즉,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 "인간의 미래에는 자유로운 정신이 살아갈 것이며, 그는 삶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발견해 내고, 옛 가능성들을 신중히 고려할 것이다."

자유로운 정신의 관점으로부터 니체의 사유의 계기가 적어도 schlaglichtartig 밝혀진다. 비록 제시된 간결함 속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이 언급되지 않은 채 숨겨져 있음에 틀림없다고 하더라도 그러하다. 묶여 있는 정신과 자유로운 정신의 대립에서부터 니체의 광범위한 도덕 비판이 기독교에 대한 비판을 포함해서 "모든 가치의 탈가치화"에 이르기까지 전개된다. 여기서 탁월한 인간과 허무주의 시대로 전개된 근대에 대한 니체의 투명한 진단을 통해 신의 죽음이 선포된다. 자유로운 정신은 "부정"에 머무르지 않으면서도 실험적인 방식으로 목적과 의미 없음의 가능성조차 선취한다. 니체는 "물러섬 없이, 예외나 배제함 없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전도된 상태를 바라며, 이에 대한 그의 정식은 "운명을 사랑하라"이다. 여기에 분리불가능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은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 사상이다. 니체는 이 사상에 인간의 행위와 존재에 대한 "최고의 중요성"을 부여했다. 실존적인 실험으로 이해될 경우, 이것은 삶의 진정성을 위한 시금석이 된다. 마지막으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가 교육적인 자기극복의 의미에서 설파한 위버멘쉬 또한 쟈유로운 정신의 가장 높은 변형으로 언급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은 신체이성의 지도리를 따라 "자기 머리 위 높은 곳에서 춤춰야 한다." 그리고 아마도 니체의 근본적으로 생각불가능한 사상에 있어서의 이러한 유희의 순간이 즐거운 학문으로 통하는 길을 가리킨다. "웃는 법을 배우고, 춤추는 법을 배우며, 명랑함을 배워라. 자유로운 정신이 되고, 남쪽 사람들과 같이 되어라. 바람 속에, 부드럽고 격렬한 바람 속에 살아라. 미스트랄과 시로코에서 부는 바람 속에. 귀뚜라미처럼."

20세기 이후의 니체의 영향사는 그의 저작들이 그 자신의 시대에 울렸던 것보다 약해진 반향과 가장 거대한 대조를 이룬다. 어떤 다른 철학 저작도 정신적 삶의 그처럼 다양한 분야에 수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철학과 심리학으로퉈 문학과 조형예술, 그리고 음악을 거쳐 사회학, 정치학, 신학에 이르기까지. 물론 이따금씩 한 철학자가 신념과 정치에 있어서 같은 정도로 저급하게 이용되고 오해되는 수도 있을 것이다. 니체의 선동과 홀로코스트에 영향을 끼쳤다고 간주된 까닭에 니체의 철학은 나치즘의 선구자라는, 거의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오명을 뒤집어 쓰게 되었다. 여기서 그의 누이 엘리자베트 푀르스터-니체에 의해 조작되고 꾸며진 유고들에서 뽑아낸 억지스럽고 이데올로기적으로 치장된 마술사라는 비난이 생겨났다. 1967년 이후의 니체 전집에 대한 텍스트비판적인 편집과 수많은 개별연구들은 한 목소리로 이러한 선입견에 대해 반대한다. 니체의 반-반유대주의적 표현-그는 저주받은 반유대주의의 "악성궤양"에 대해 말한다-은 또한 민족주의(국가주의)에 대한 분명한 거부를 담고 있다. 니체는 오히려 유럽의 통일을 예언했으며, "착한 유럽인"에게서 세계개방성과 민족적 제약의 극복을 구현한 자유로운 정신의 이상이 실현되는 다양한 방식들 가운데 하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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