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rrede

역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은 인간에 의해서는 완벽한 답이 주어질 수 없는 인간성에 대한 물음에 속한다. 많은 이들이 그 때문에 그러한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 의미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것은 논리적인 듯 보이지만, 그 물음을 없애버리지는 못한다. 한편 또 다른 이들은 자신들이 체험한 역사의 부조리가, 역사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다고 하는 견해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Man wird einer solchen Haltung das Verstaendnis nicht versagen wollen, doch es war zu allen Zeiten gerade dieses mysterium inequitatis, diese dem Menschen als Sinnlosigkeit erscheinende Kette von Verhaengnis und Unglueck, was zur Frage nach dem Sinn anstachelte. 우리가 비록 단지 잠정적이고 불완전하며 새로운 문제들을 품고 있는 불만족스러운 답변들 밖에는 받지 못한다 해도, 우리는 인간의 자기의식이 이러한 의미에 관한 물음을 묻는 것을 막지 못한다. 삶과 죽음, 그리고 창조에 대한 물음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그러한 물음에 눈과 귀를 막을 수 있지만, 그것은 그러나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포기가 될 것이고, 사회적 영역에서의 인간성(Humanitaet) 상실, 개인적 영역에서의 자아실현의 좌절이 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철저히 제기할 경우, 우리는 우리의 실존의 최종적 진리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역사가가 아닌 철학자나 신학자가 그 물음에 대해 답해야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또한 역사의 법칙을 발견하고자 시도했던 저 거인들-Rassenauslese의 다윈, 자유의 변증법의 헤겔, 계급투쟁의 마르크스, 그리고 20세기 슈펭글러의 문화인류학 및 그에 대한 토인비의 상세한 분석도 이러한 시도에 포함될 것인데-, 이들은 본래 역사가가 아니라 철학자들이었다. 그들의 이론 뒤에는 인간의 옳은 행위에 대한 엄청난 요청이 숨어 있다. 그들의 테제들은 이 지점에서 보편적 인본주의적 테제들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즉, 인간성의 이념을 점진적으로 실현시켜 가려는 목적에 결부된 진보사상, 그리고 세계사를 세계심판으로 보려는 사상과 아주 흡사한 것이다. 기독교적 구원의 확신을 가진 답변만이 그것들을 뛰어넘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나아감은 인간 정신의 수단으로는 증명불가능하고 또 인간의 정신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저) 믿음을 동시에 요구한다.

유명한 살아있는 역사철학자들이 일차 세계 대전 이전에 공부를 했던 세대에 속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의 정신사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젊은 역사철학자들의 부재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학문의 시대로 규정된 오늘날의 시대에 철학의 위기는 바로 역사철학의 영역에서 가장 첨예하게 표현되고 있음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대는 삶과 죽음, 창조와 역사의 의미에 대한 대답을 갈구하고 있다. 그러한 대답은 그것이 과거의 수없이 얽히고 설킨 이데올로기들로부터 자유로운 한에서 유익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위험하기도 한데, 왜냐하면 그러한 대답은 제일의 목적을 설정하는 답변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또 인류가 제기할 수 있는 이러한 결정적인 질문들을 억압하는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

이 책의 테마인 역사의 의미가 여기서 오늘날사람들이 알고 있는 모든 중요한 국면들에 있어 두루 다루어 지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을 이룬다.  이상주의와 물질주의(관념론과 유물론), 실존주의적 해석과 실용주의적 해석, 개신교와 카톨릭 신학적 답변들, 이렇게 상이한 답변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약간은 혼란스러울 수 있겠다. 그러나 역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이 뭔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또 이 물음 안에 뭔가 비밀스러운 것이 있음을 인식하는 독자라면 그리 곤란한 처지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이 책을 마무리짓는  "오직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암흑 속에서만 지상의 가장 값비싼 식물인 희망, 믿음, 사랑은 자라난다"는 문장의 비극성과 위로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레온하르트 라이니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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