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발터 벤야민 - 종교-정치 단장 -franz72님
- 생활정보
- 2007. 7. 17. 16:20
몇 년 전에 번역을 해두었던 것인데 화일 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부족하겠지만 공부들 하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텍스트 설명 :
이 텍스트는 메시아적 시간과 세속적 시간 간의 역설적 결합으로 특징지워질 수 있는 벤야민의 역사관을 살펴볼 수 있는 텍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벤야민에 의하면 현대는 더욱 세속적으로 타락하면 타락할수록 종교적 욕구와 구원의 가능성 또한 증대되는 시대로 파악될 수 있습니다. 현대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벤야민이 암묵적으로 현대를 "탈주술화"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막스 베버와 대치되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막스 베버가 자본주의의 윤리적 토대를 프로테스탄티즘에서 발견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는 현대를 합리화 및 탈주술화 과정으로 이해함으로써 현대의 사회구조가 신화와 종교의 요소를 배척하고 있다고 파악합니다. 그러나 벤야민은 자본주의 자체가 강한 종교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파악함으로써 베버의 테제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벤야민의 또 다른 텍스트인 "종교로서의 자본주의Kapitalismus als Religion"(GS VI, S.100f.)에서도 확인되는 바이며, 다분히 바로크적인 이러한 역사관은 파사젠 베르크나 역사철학 테제에서도 발견될 수 있습니다.
종교-정치 단장*
발터 벤야민
[203] 메시아 자신이 비로서 역사적 사건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그가 역사적 사건과 메시아적인 것 자체와의 관계를 처음으로 구원하고, 완성하고,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그런 이유로 어떤 역사적인 것도 스스로 메시아적인 것과 관계를 맺고자 할 수는 없다. 그런 까닭에 신의 왕국은 역사적 동력의 목적이 아니다. 신의 왕국은 목적으로 정해질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신의 왕국은 목적이 아니라 종말이다. 따라서 세속의 질서는 신의 왕국에 대한 사고에 의해서 건설될 수 없으며, 따라서 신정국가는 정치적 의미를 전혀 지니고 있지 않고 종교적 의미만을 지닐 뿐이다. 신정정치의 정치적 의미를 매우 강력하게 부정했다는 점이 블로흐Bloch의 유토피아의 정신Geist der Utopie이 남긴 최대의 업적이다.
세속의 질서는 행복의 이념에서 힘을 얻어왔다. 이러한 질서와 메시아적인 것 간의 관계는 역사철학의 본질적인 교훈들 중 하나이다. 게다가 더욱이 그러한 관계는 어떤 신비한 역사관을 요구해왔는데, 그것의 문제점은 하나의 형상을 통해 설명된다. 만약 하나의 화살 방향은 세속의 동력이 작동하고 있는 목적을 표시하고 있고, 다른 하나의 화살 방향은 메시아적 강도의 방향을 표시하고 있다면, 당연히 자유로운 인류의 행복 추구는 [204] 저 메시아적 방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하나의 힘이 자신의 길을 통해 반대 방향을 향해 있는 다른 힘을 촉진시킬 수 있듯이, 세속의 범속한 질서 역시 메시아 왕국의 도래를 촉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세속성은 왕국의 범주가 아니기는 하지만, 하나의 범주이며, 그것도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다가오는 신의 왕국에 대한 가장 탁월한 범주들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행복 속에서 모든 세속적인 것은 자신의 몰락을 추구하며, 오직 행복 속에서만 몰락은 발견될 수 있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면에 마음의, 개개 인간들의 내면의 직접적인 메시아적 강도는 고통이란 의미에서 불행을 관통하고 있다. 불멸 속으로 들어가는 정신적 재건(restitutio in integrum)에 몰락의 영원성으로 인도되는 세속적인 재건이 상응하며, 영원히 소멸하는, 그 총체성 속에서, 즉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총체성 속에서 소멸하는 이러한 세속적인 것의 리듬, 다시 말해 메시아적 자연의 리듬은 행복이다. 왜냐하면 자연은 자신의 영원하고 총체적인 무상함으로 인해 메시아적이기 때문이다.
자연이기도 한, 인간의 그러한 단계들을 위해서도 이러한 메시아적 자연을 추구하는 것은 세속 정치의 과제이며, 그것의 방법론은 허무주의라고 불려져야만 한다.
* Walter Benjamin, Theologisch-politisches Fragment(1922), GS II-1, S.203f.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