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위르겐 하버마스(1929~)

사회철학에 있어서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수장격인 하버마스는 두 종류의 이성, 즉 도구적 이성과 실천적 이성을 구분한다. 전자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기술적이고 사회적인 지배로 뒷받침되고, 후자는 비이성적 가치체계와 정치적 억압을부터 점진적인 해방에 기여한다. 실천적 해방적 이성은 우리로 하여금 기술적 이성의 절대화를 인식하고 상대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비판적 사유자의 자기계몽에 기여하며, 절대적 타당성을 요구하는 지배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영속적인 비판으로 실현된다. 그것은 우리의 기술적 도구적 지식은 상대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막스 쉘러와 함께 하버마스는 생활세계적이고 사회적인 관심에 결합되어 있는 지식과 인식을 세 종류로 구분한다. 첫째는 경험적-분석적 학문으로 기술적 인식관심과 결과지향적 행위로부터 출발한다. 둘째는 역사적-해석학적 학문으로 실천적 인식관심을 따르며 전통적 자기이해의 문맥 속에서 행위의 일치를 목표로 한다. 세 번째는 구별하는 사회학으로서 "비판이론"으로 해방적 인식관심을 따른다. 그것은 사회의 관심 속에서 인식을 정초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정신분석학을 모델로 하며 치료적 기능을 갖는다. 그것의 목적은 영속적인 자기 반성 속에서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주체이다.

인식의 모든 형식은 인식의 진보에 대한 가능성에 조건으로 작용하는 사회적이고 생활세계적인 관심 위에 세워져 있다. 이로써 사회비판이론은 도구적이고 해석학적 이성에서 등을 돌리고, 비판적 합리주의와 해석학적 철학에서 분명히 선을 긋는다. 비판이론에게는 해석학의 사유가들에게 중요한, 질문될 수 없는 전통연관이란 없다. 우리는 구별하는 사유를 통해서만 선하고 악한 생활세계적 전통을 구별할 수 있다.

이러한 구별의 기준은 우리에게 문화적 전통을 발생시키는 소통의 형식을 전해준다. 그래서 하버마스는 자신의 의사소통행위이론에서 소통의 억압적이고 왜곡된 형식과 지배로부터 해방된 왜곡되지 않은 담론을 구별한다. 이때 규범적 이념으로서 이상화된 대화에 대한 형식적 기대가 취해지며, 이에서는 모든 대화참여자가 동등하게 활동한다. 이러한 형식적 구성은 문화적 전승과정의 목적방향으로 간주되는데, 모든 대화 참가자들의 인간적 욕구를 지배로부터 해방된 소통 속에서 최고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러한 가정은 심리학적 연구에 의해 폭넓게 지지된다.

인격적인 문화적인 전승과정을 진척시키기 위해 인간들의 실제적 소통은 이상적 소통의 모델로 평가된다. 지배로부터 자유롭고 동등한 소통의 형식 속엣 좋은 삶은 보편적 "화용론"의 틀 속에서 정식화된다. 이때 이 화용론은 오스틴과 설의 언어행위이론으로 소급해간다. 담론 속에서 화자와 청자에 의해 특정한 타당성 요구가 강조되는데, 이는 자명성, 진술의 진리내용, 규칙적용과 인격적 정직성에 대한 관련 속에서 이루어진다. 진술의 진리와 도덕적 규범의 정당성은 비판적 담론 속에서 발견된다.

이러한 구별하는 담론이 이루어질 때 세계해석과 행위정향의 특정한 전통 안에서 이전부터 존재했던 합의가 임시적인 것으로  폐지되거나 수정되거나 발전된다. 진술의 진리 혹은 규범의 타당성에 대한 기준은 경쟁하는 담론참가자들 간의 합의 속에서만 획득될 수 있다. 그들은 존재와 가상 혹은 존재와 당위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도덕적 규범은 그것이 보편화 가능할 때 정당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것은 모든 담론참가자들에게 정초되어 있어야 하고 그들의 공통 관심에 기여해야 한다.

왜곡되지 않고 동등한 담론형식 속에서만 어떤 규범이 타당성을 갖는지 혹은 어떤 진술에 진리내용이 부가될 수 있는지 아닌지 등이 확정될 수 있다. 그래서 도덕 규범은 모든 담론참가자들의 공통관심에 주목해야 한다. 이상적 토론상황에 종속된 조건들은 또한 이상적이고 인간적인 세계사회의 주요계열을 정해준다. 이 사회 안에서는 모든 민족과 집단이 규범과 진리의 영역에서 합의를 형성해가는 토론에 동등한 기회를 가지고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담론은 오늘날 UN, UNESCO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다양하게 생성되고 있다.

국가적이고 간국가적인 법의 영역에서는 가능한 방식으로 모든 관계자들이 자유로운 담론 속에서 합의했거나 합의할 수 있는 규범들만이 타당성을 받는다. 그래서 법치국가의 규범들은 민주주의에서 항상 지배로부터 자유로운 담론의 규범과 결합된다. 이 양자는 계속적인 문화적 전승과정에 종속되어 있다. 오늘날 세계적 네트워크화를 통해 더욱더 다원주의적 세계사회가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며, 이 속에서 첫번째 단초들이 세계시민적 연대성이 인식가능해진다. 세계적 지평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에 대해서는 모든 시대에 대한 결과평가가 고찰되어야 한다. 수많은 문화적 측면들은 경제적 정치적으로 완전히 탈규칙화된 세계사회와는 화합하지 못한다.

종교적 세계해석에 관해 말하자면, 그것은 학문적이고 자연적인 세계해석에 대한 강력한 반작용을 한다. 그것은 도덕덕이고 인지적인 내용 속에서 문명사회의 측면에서 하나의 원칙적인 가치평가를 얻는다. 물론 종교적 세계해석에는 개별적 사회들의 문화적 전승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 삶의 근본가치는 특정한 종교의 교리를 통해 말하자면 더 튼튼해질 수 있지만, 이러한 가치는 종교적 정초에 위임되지는 않는다. 종교의 안전장치는 민주주의적이고 해방적인 생활세계 안에서 다양한 담론방식으로부터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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